저는 가장 많이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재즈입니다. 가사가 있는 재즈도 좋아하고 가사가 없는 연주만으로 이루워진 재즈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재즈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같은 연주라도 들을 때에 따라서 정말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게 매력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서 그런지 추운날 따뜻한 재즈바에 들어가서 술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기도 하네요. 요즘 들어서 재즈가 전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지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제 개인적인 취향(?)을 핑계삼아서 첫 뉴스레터의 주제를 JAZZ로 선택해 봤습니다. 마침 재즈를 소재로 한 영화도 극장에 걸려있길래 좋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님 오늘도 스윙을 하고 계신가요?
재즈 영화의 세계로 한 번 들어와 보시겠어요?
본 투비 블루
오늘 뉴스레터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재즈 영화를 생각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고 특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본 투비 블루'입니다.
누군가 저한테 가장 좋아하는 재즈 연주가를 뽑으라고 한다면 아마 쳇 베이커를 처음으로 떠올릴 것 같습니다. 비록 음알못이라 많은 재즈 연주자들을 모르긴 합니다. 하지만 항상 작업할때나 책읽을 때 쳇 베이커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해두고 일을 봤던 기억이 많습니다. 쳇 베이커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쳇 베이커의 음색이 마치 쓸쓸한 삶을 곱씹다가도 어딘가 남아있는 작지만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쳇 베이커는 흑인 음악으로만 여겨졌던 재즈 판에서 최초로 인정받은 백인 재즈 연주가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마약과 좋지 않은 생활으로 정말 빠르게 스스로 무너진 연주가입니다. 이러한 쳇 베이커의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속에서 발표했던 연주들을 들어보면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가슴 어딘가 먹먹해오는 음색 혹은 가사들이 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어우러져서 사람들이 지금도 쳇 베이커를 기억하게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선택해보라면 엔딩 장면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충혈된 눈으로 응시하고 이가 빠져 어눌한 발음으로 노래하면서도 연주로 제인에게 회답을 보내며 연주하던 에단 호크의 모습과 그 노래를 듣고 떠나는 제인의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노래가사로 "용서해줘요 무력하게 껴안은 이 몽롱함을" 이라고 고백하는 쳇 베이커의 노래가사처럼,'Born to be blue'라는 영화 제목 처럼 완벽하지 못할 때 완벽해지는 쳇 베이커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평생 재즈와만 함께 해야한다며 말하는 남자의 모습을 연기해준 에단 호크의 연기력에 푹 빠지실 수 있을 수 있는 영화 입니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위플래쉬
다음 영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데이먼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 입니다.(개인적으로는 음악영화보다 스릴러물에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제가 처음으로 본 재즈를 소재로 한 영화였는데, 이를 계기로 재즈음악을 찾아 들어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기에는 분야에 대한 애정을 넘은 집착과 광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집착과 광기를 추진력 삼아야지 평범한 노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한계점을 뛰어 넘어서 초월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어찌 된 줄 모르나 끝이 창대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노력파, 부정적으로 말하면 미치광이 혹은 괴짜라고 불리는 한이 있더라도 극한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서 결과를 일궈낸 서사 혹은 예시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한계점을 넘고자 하는 플레쳐 교수의 열망과 그 광기에 반응해서 점점 진화하여 연주하는 앤드류의 모습을 처절하게 혹은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공연장에서 완주라는 목표를 앞두고 9부 능선에 다다른 마지막 순간을 넘겠다는 광기를 보여준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위플래에서 유명한 재즈곡은 'Caravan'입니다. 영화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용된 연주곡입니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손에 쥐가 날 것 같은 엄청난 박자를 가진 곡입니다. 재즈 노래라고 하면 항상 느리고 여유있는 노래가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고 또 다른 재즈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카라반을 들으면 심장박동이 어느순간 드럼박동에 맞춰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시게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블루 자이언트
이 작품 때문에 뉴스레터가 하루 지연되었습니다.
게으른 디렉터를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작품을 선정할까 하다가 예고편을 봤는데 오늘 주제에서 빼면 서운할 것 같아서 추가해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정말 재밌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색소폰을 메인으로 재즈 연주가 영화시간 내내 진행되는데 정말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색소폰 소리를 참 좋아해서 그런지 이번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동안 보여주는 표현 방식들도 정말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항상 입버릇 처럼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재즈는 항상 강렬하고 뜨거워야 한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연주하는 동안 보여주는 다양한 표현방식들이 뜨거웠다가 차가워졌다가 때로는 열정적으로, 인물의 서사에 맞게 때로는 쓸쓸하게 표현하는 각각의 연출들도 정말 영화를 집중하게 해줬습니다. 재즈의 가장 큰 장점인 같은 악보로 연주를 해도 매번 표현이 다르다를 잘 살린 연출이었습니다.
지금 이 뉴스레터를 쓰면서도 블루 자이언트 플리를 듣고 있는데 메인OST로 선정된 'N.E.W.' 를가장 추천드립니다. 노래만 먼저 들으신다면 그저 신나는 노래로 들리시겠지만, 영화에서 각 인물의 스토리에 맞게 조금씩 변주되는 N.E.W.를 듣게되면 각 인물의 스토리에 따라서 다양한 방면으로 푹 빠지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극장에서 관람이 가능합니다.
바빌론
재즈 소재의 영화는 아니지만 재즈 영화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바빌론입니다. 초반 인트로에서 등장하는 영화 OST들은 진짜 데이먼 셔젤 감독과 저스틴 허윗츠 음악 감독이 뼈를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재즈풍의 OST들과 엄청나게 화려한 영상미들이 그야말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저 스틸컷만 봐도 정신없고 화려하고 시끄러울 것 같지 않나요?
사실 바빌론을 단순하게 재즈 OST가 좋은 영화라고만 정의하기에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담고있는 영화입니다. 비록 관람평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만 초반의 영상미와 음악들은 이견없이 인상깊게 남는다는 평이 많습니다. 지금도 플레이 리스트에 바빌론 넘버들을 넣어두고 다니는데 유용하게 듣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퇴근할 때 'Finale'를 들으면서 자주 퇴근합니다. Finale를 들으면서 문 밖을 나가면 '내 퇴근을 방해하면 다 부셔버리겠다.' 라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되서 당당하게 퇴근을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